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대학원 지원이였다.
1. 토플 점수. 3번 연속으로 79점 이라는 같은 점수를 받았다. 굳이 변명하자면 GRE 에 3개월 몰빵 후 점수를 잘 받아서 토플은 당연히 잘 나올거라는 생각에 (게으름에) 공부를 안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래도 한번은 80점은 넘을 줄 알았것만; 보통 상위 랭크 학교가 높은 토플 점수를 요구하는걸 고려해 보면 참 안일한 행동이였다.
2. 전공. CS (컴싸) 와 ECE (전자공학) 도 구분 못하고 학과명에 컴퓨터만 들어가면 지원했으니 이보다 멍청한 지원이 또 있을까싶다. 오죽했으면 USC 에서는 ECE 로 지원한것이 맞냐, CS 로 어플리케이션 넘겨줄까? 라고물어봤으니;;
3. 경력. 삼성SDS 라는 나름 대기업을 5년이나 다녔다는 자만심에 그리고 코딩을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연구 경력도 없는 5년 전 학부 졸업생이 랭킹이 높은 학교로만 지원했으니 쉽게 어드미션이 나올리 만무했다.
학교 (CS) 랭킹을 나열 한 후 나름 이름 있거나 (i.e., 내가 겨우 알거나) 토플 79점을 받아주는 학교를 선택하니 40위 안쪽으로 12개의 학교가 추려졌다. 물론 여기에는 전자과도 포함이라 실제로 의미있는 지원학교수는 더 적을것이다;
이제와서 돌이켜 보면 이 얼마나 미련한 짓인가. 관련 연구 분야도 없이 연구가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교수들의 연구 분야를 알아볼 생각도 없이 마냥 학교 이름과 랭킹만 보고 지원한다는 것이. 물론 졸업 후 취업이 목적이였다면 이 방법도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석사 후 목표가 박사인 사람이 이러면 안되지; 이러니 4달 넘게 맘고생을 했지.. 쯧쯧..
천운으로 오하이오와 미네소타 CS 학과의 석사 입학 담당자가 그당시 나의 보잘것 없는 SOP, Transcript , 그리고 경력을 어여삐 봐줘서 오늘의 내가 있다는 생각에 누군지도 모르는 그 분들께 굉장히 감사한 마음이다.
거진 반년 이상 합격메일을 하염없이 기다리다 지쳐 국내 대학원을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하려는 바로 직전인 2010년 4월 중순, 오하이오로 부터 날아온 한 통의 어드미션 이메일로 인해 그 동안의 모든 힘든 일은 나의 성취감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사전 장치에 불과한 것으로 느껴졌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모든 국내 대학원 관련 링크를 바로 영구 삭제하고 그동안 도움을 받은 고해커스에 짧게 자랑을 한 후 오하이오 주립대 합격자 카페에 들러 나의 존재를 알렸다. 그리고 오하이오 콜럼버스는 어떤 곳인지 검색하기 시작했다. 애초 지원할 때 랭킹과 나의 토플 점수를 기반으로 지원 학교가 정해졌기 때문에 어느 도시인지 혹은 무슨 주인지는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였기에.
와이프와 함께 오하이오에서의 새로운 삶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한지 수일 후. University of Minnesota-Twin Cities 로 부터 메일이 날라왔다. '여긴 또 어디야? 이런 학교도 지원했었나?' 야레야레. 합격 메일이였다. 미네소타는 어디지? 역시 사람은 간사한 지라 오하이오와 미네소타 둘 중 어디가 더 나은지 검색을 하였다. 일단 미네소타는 학비가 싸고 춥다 다만 랭킹이 조금 높았다. 나에게 추천서를 써주신 교수님께도 상담을 드렸더니 역시나 랭킹이 아주 살짝 더 높고 학비가 조금더 저렴한 미네소타를 추천해 주셨다. 미네소타로의 입학을 최종 결정한 이후 나의 삶은 모두 미네소타를 향해 있었다. 나에겐 제 2의 고향으로 여겨질, 황금같은 30대의 8년이란 시간을 온전히 바칠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