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uly 16, 2015

0. 프롤로그 고난의 시작

겨우겨우 살짝 눈을 떠보니 굉장히 낯선곳이다. 재빨리 짱구를 굴려보니 아 여기는 우리집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과 숙취로 인해 머리가 굉장히 아파온다. 

'누구 집이지?' 

총각 때야 술 마시고 낯선 곳에서 일어나는것이 일상이였지만  결혼한지 겨우 1년, 나의 술로 인한 외박에 열이 받아 집에서 짜증내고 있을 와이프가 떠오르며 머리가 더 아파온다. 
일어나 정신을 차려 보니 이제 막 결혼한 회사 동기의 수원 신혼집이였다. 웁스.... 다시금 효붕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5년간 몸 담았던 회사를 관두고 미국 유학을 준비한지 반년 만에 GRE 와 토플 점수를 받고 12개 미국 대학에 석사 입학 지원서까지 모두 보냈다. 마냥 놀며 합격 여부를 기다리기엔 생활이 궁핍해져 다니던 회사에서 프리랜서 (외주) 로  일하며 하루하루 마음을 졸이며 살아갔다. 어느덧 4개월이 흘렀지만 원하는 합격 결과는 나오지 않아 결국 '포기 80%, 희망 20%' 인 상황이였다. 

'그래 이제 세컨 플랜이다. 국내 대학원 석사 후 유학' 

어제는 같이 일하던 동기, 선후배들을 만나 하소연 하던 자리였던 것이다. 어렴풋이 기억나는것은 술 마시는 내내 푸념만 늘어놓고 울상, 진상, 화상이였던것뿐..

'왜 합격소식이 안오냐, 다 떨어지면 나 어쪄냐.. 나 국내 대학원 알아본다'

술 많이 마시고 모두 잊고 싶었을 것이다. 간만에 정신놓고 마신 술이라 더 일찍 정신을 놨고 또 그 만큼 더 마셨으니 숙취가 더욱 심함은 당연했다.

나름 손님이라고 나를 안방에서 재우고 거실에서 와이프와 자고 있는 동기를 깨웠다. 동기 와이프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밥 먹을 속이 아니기에 식사 권유를 마다한 채 세수도 하는둥 마는둥 허겁지겁 집 밖으로 나와 동기는 바로 옆 회사로 출근하고 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유독 숙취가 심한탓도 있겠지만 실제로 수원에서 서울로 버스타고 강남으로 다시 지하철 타고 집으로 가는길은 멀었다. 뭐 가는 중간 중간 내려서 어제 먹은 걸 확인하는데 많은 시간을 쓰기도 했다;;

'집에가면 또 와이프한테 엄청 깨질텐데..' 

세상 그 무엇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며 속으로 세상을 비난 하며 비틀비틀 정신 못 차리고 집에 가니 어느덧 오후 1시였다. 다행히 집에 도착하니 와이프는 약속으로 밖에 나가고 집에 없었다. 

'그나마 숙취가 가신뒤에 혼나겠구나. 하루가 이렇게 또 흘러가는구나.. 이제 국내 대학원을 본격적으로 알아봐야겠구나;;; 제길슨.. 그렇게 열심히 단어 외웠는데 (참고로 2달간 1600자), 그렇게 열심히 돈 아끼며 준비했는데.. 올리젝이라니..'

세상이 무너지며 나 혼자 엄청나게 뒤쳐지는 기분이 들었다. 국내 대학원 정보를 얻기 위해 무심코 컴퓨터를 켜고 Google 에 접속하니 낯선 도메인에서 이메일 한통. 얼래? 오하이오 주립대?

'We are pleased to inform you the Graduate Studies Committee recommended you for
admission to the CSENG-MS program at The Ohio State University Graduate School
for Autumn 2011.' 
'대박...!@#!$!@^@!~!@#~@#%&%*~!!!!!!!!!!!!!'

지금까지 매번 'We regret to inform' 으로 시작하는 리젝 메일만 받다가 이런 메일을 받으니 세상을 모두 가진듯이 기뻤다. 더 이상 짜증 나 있는 와이프도 두렵지 않았고 부모님의 잔소리도 두렵지 않았다. 잠깐이나마 그 동안의 고생을 보답 받는 순간이였다. 얼마 뒤 약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와이프는 으르렁 되며 날 몰아부쳤지만 난 기뻤다. 

'응 난 혼나야 해. 더욱 더 쎄게 혼내줘. 마음껏 혼내세요. 난 혼나도 쌉니다.'

세상 모든것이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이것이 나의 새로운 고난의 시작인 것이였다....